잠들지 않는 남도 -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안치환 작사/곡)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 - - -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남도 한라산이여
영화 지슬에 대해 검색하던중 '잠들지 않는 남도' 라는 글이 나오길래 검색해보니 노찾사가 부른 노래가 나왔다.
사람으로서의 인성을 포기하고 저지를 수 있는 행위가 바로 학살이다.
이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한 반인간들이나 저지를수 있는 행위가 아닐까.
그런 짓을 아직도 정당화 하는 무리들을 보았다. 간난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이런 미치광이같은 짓들은 지금도 그런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되풀이 될 게 눈에 훤한게 인간들의 본성이다.
50년 전
무자(戊子). 기축년(己丑年) 한라산에서
군경의 쏜 총에
억울하게 나는 죽어
무정한 세월 피묻은 옷에 고이 싸서
여기 살의 노래 몇 글자 적어봅니다.
이제 나의 살은 썩었습니다.
어머니, 나의 살은 썩어서 흙이 되었습니다.
해방이 되자 미군이 왔습니다.
미군이 오고, 군인이 오고,
지원경찰과 서북청년단이 오고,
모두 무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나는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나는 산에 숨었다 잡히어 빨갱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 하였습니다.
빨갱이가 아니라면 산에서 잡혀온 다른 빨갱이를
이 죽창으로 죽이라 하였습니다.
눈감고 “살려줍서, 살려줍서”하며 반은 미쳐 내 이웃을 향하여
죽창을 들고 찔렀습니다.
피묻은 죽창을 들고 내가 미쳐서 소리지를 때,
희미한 여명 속에 “겨누어 총! 쏘아!”하는 소리 반복되고
사람들은 허망하게 쓰러져 있었습니다.
모두 구덩이에 처박아 휘발유를 뿌려!
어머니, 그 시국에 우리는, 제주 땅에 태어난 죄로
허망하게 쓰러져야 하였습니다.
이제, 나의 살은 부정하여, 이승도 저승도 오도 가도 못하여
어머니, 나는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것은 피의 노래입니다.
내가 부르는 무자(戊子). 기축년(己丑年) 피의 노래입니다.
어머니, 태양은 떠도 캄캄한 이 세상 피로 물들고
미친 듯 울어대는 바람 까마귀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그날 우린 밤에 산에서 내려, 가물개 친척집에 곱았수다.
와흘리(臥屹里)로 올라가는 곳에 비크럭밧이 있었는데,
오맹이루라 합니다.
길 서녘에 우리 밭이 있고 밭에는 굴이 있어 남편은 거기 숨었지요.
내려가면 우릴 수용소 생활시키다 죽여버린다니,
남편은 거기 숨어 있었던 거지요.
당신 하나 희생할 셈치고 같이 내려가요.
운이 따르면 같이 살기로 하고,
그럴 셈치고 내려가자고 애원했으나,
남편은 산에 간 개똥이 아버지랑 동네 청년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굳이 내려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쌍년 의리가 있지 나만 내려가면 되나?
무슨 의리가 밥 먹여 준대요. 목숨은 하나 뿐이우다.
그래서 우린 내려왔지요. 내려와 뒷날 날이 밝으니
삐라가 하얗게 뿌려져 있었어요.
“강태봉이 이 새끼 너 죽여버리겠어!”
그리고 한 일주일은 됐어요.
조천 비석거리 그 앞은 공회당이었는데, 거기 모두 모이라 해요.
도(道)에서 나와 연설도 하고 그런 저런 말을 하다 보니 어두워집디다.
늙은이하고 아이들은 돌아가라 해서 우린 돌아와 버렸지요.
어두워도 남편은 안 오기에, 왜 안 오나 하고 있는데
함덕 대대본부 9연대가 와서 통행증 없는 사람들 통행증 내주겠다며
모두들 실어 갔다고 해요...
함덕가며, 내일은 폭도들 잡으러 산에 오른다 하더니,
그 날 함덕 잡혀간 사람은 차에 실려, 박성내 다리에 가서,
총을 쏘아, 전부 죽여서, 굴헝에 처박아, 멸치젓 담듯 처박아,
죽여버렸대요!
어머니, 제주 것들, 붉은 섬 빨갱이들,
10만의 목숨은 휘발유를 뿌려 죽여도 좋다는
그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제주 섬은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도깨비 불 사방으로 번져가고,
피 바람에, 내 온 몸은 타고 있었습니다.
나는 뜨거워 소리쳤습니다.
“살려줍서-”
그러나 나의 노래는 기름불에 활활 타 들어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이제랑 그 날 내가 남긴 피 묻은 옷을 보고
나를 찾아 주세요.
이제 세월은 흐르고, 살은 썩고 녹아 흙이 되었지만,
한라산 곶자왈(荒野) 굴헝마다 굴러다니는
뼈의 노래를 부를까 해요.
시신은 눈알 터지고, 바람 까마귀 떼,
황량한 들판을 날아갑니다.
어머니, 육신은 갈기갈기 찢겨 까마귀밥이 되었고,
나의 뼈, 내 육신을 지탱하던 순 제주산(濟州産) 나의 뼈,
북촌에 하나, 원동에 하나, 표선백사장에 하나, 정방폭포에 하나
해뜨는 일출봉에 하나, 알뜨르 비행장, 정뜨르 비행장 아스팔트 밑에,
그리고 박성내 다리 아래, 여기 저기,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습니다.
내 영혼, 이승도 저승도 못간 내 영혼 어디에 머물러야 합니까.
뼈를 잇고 살을 붙여 피를 돌게 하고,
이 한 몸 이승에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다면,
밥 배불리 먹는 거, 옷 따뜻하게 입는 게 소원입니다.
어머니,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린 가난 때문에
황량한 겨울 한라산으로 내몰렸던 겁니다.
토끼몰이 사람사냥이 시작되었던 겁니다.
허공 중에 흩어진 넋이여,
살은 썩고 녹아 흙이 되고, 뼈로 남은 혼백이여,
북촌 옴탕밧에서 죽어간 영혼이여,
알뜨르 비행장에서, 표선백사장에서,
원동 주막번대기에서 총살당한 조상들이여,
기름불에 타 형체마저 녹아버린 육신이여,
그날 박성내 다리에서 “살려줍서!” “살려줍서!” “살려줍서!”하며,
처절하게 죽어간 무자(戊子). 기축년(己丑年)의 사람들이여,
여기 오셔서 원미 한 그릇 소주에 계란 안주 잡수고 갑서,
설운 조상 손목잡고 엉엉 실컷 울고 가옵소서.
눈물 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고,
땀 든 의장 뼈를 싸 얼었던 몸 녹히고, 얼은 마음 풀어서,
저승 상마을로 가 나비로나 환생 헙서.
원통하고 칭원한 영신님네,
인간의 삼혼 중에 한 넋만 없어져도 검뉴울 꽃 되는 법이오니,
허공 중에 떠도는 넋 차사영신기 둘러받아
초혼(初魂) 이혼(二魂) 삼혼(三魂)을 씌우려합네다.
불쌍한 영신님네,
초혼을 씌우져 합네다. 초혼 돌아옵서 초혼 본-
이혼을 씌우져 합네다. 이혼 돌아옵서 이혼 본-
삼혼을 씌우져 합네다. 삼혼 돌아옵서 삼혼 본-
- 문무병, <살의 노래, 피의 노래, 뼈의 노래> 전문
출처 : 내 마음속의 굴렁쇠
피카소 1951년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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